컬쳐

전국 딱 하나뿐인 '이 축제'에 국악의 사활 걸렸다…작곡가 40명 총출동, 무슨 일이?

뉴스앤포스트입력 2025-09-18 17:27
 전 세계를 휩쓰는 K-컬처의 화려한 위상 이면에서, 한국 전통음악계의 생존을 건 절박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K팝과 드라마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안 정작 그 뿌리가 되는 '국악'은 연주자 중심의 한계에 갇혀 새로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그 돌파구로 '작곡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적인 선언이 나온 것이다. 이 담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 '2025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가 있다. 이 축제는 단순히 기존의 명곡을 재연하는 무대를 넘어, K-컬처가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선 새로운 곡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창작의 샘'이 필수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연주 기량만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없으며, 국악의 미래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양산할 작곡가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증명하듯, 다음 달 1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고(故) 황병기 명인과 같은 거장부터 서양음악 전공자, 아시아 주변국 작곡가, 그리고 20~30대의 젊은 피에 이르기까지 무려 40여 명의 작곡가가 대거 참여하여 국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다채로운 작품들을 쏟아낸다. 전국 10개의 국공립 관현악단이 참여하는 이번 축제는 그야말로 국악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의 장이 될 전망이다. 첫 무대를 여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황병기 명인의 가야금 곡을 하프와 기타 협주곡으로 재탄생시키는가 하면, KBS국악관현악단은 독일계 일본인 바이올리니스트 타카시 로렌스 바슈카우와 협연하며 서구의 이성과 동양의 감성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사운드를 탐색한다. 이는 국악관현악이 더 이상 한국만의 음악이 아닌, 세계와 호흡하는 현대음악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국악계의 '음악 DNA'가 대를 이어 흐르는 흥미로운 장면도 포착된다. KBS국악관현악단이 선보이는 이상규 작곡가의 작품에 이어, 그의 딸인 이경은 작곡가가 전주시립국악단과 함께 거문고 협주곡 '유현의 춤'을 선보이며 부녀 작곡가가 나란히 한 축제에 이름을 올린다. 또한, 창단 2년차의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은 '아시아의 소리'를 주제로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민속 악기와의 협연을 통해 국악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도를 이어간다. 창극 '리어'의 소리꾼 이광복, 밴드 '서도'의 보컬 서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역시 국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박범훈 축제추진위원장이 "전국의 프로 국악관현악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창작곡 중심의 축제를 여는 것은 역사상 유일무이하다"고 강조했듯이, 이번 축제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K-컬처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창작 기반을 다지는 혁명적인 움직임으로 기록될 것이다.

 

에디터스 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