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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저주'는 레전드 때문? 에릭센의 '뼈 때리는' 일침

뉴스앤포스트입력 2025-09-23 16:53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새로운 시작을 알린 가운데, 친정팀을 향한 솔직하면서도 날카로운 '작심 발언'을 쏟아내 축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국 '골닷컴'은 23일(한국시간) 보도를 통해 에릭센이 게리 네빌, 로이 킨과 같은 맨유의 전설적인 스타들이 쏟아내는 공개적인 비판이 구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전하며, 그의 발언이 단순한 불평을 넘어선 깊은 성찰을 담고 있음을 시사했다.

 

에릭센의 축구 인생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지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 경기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기적적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한 그는, 2022년부터 맨유 유니폼을 입으며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맨유 입성 초기, 그의 노련함과 창의적인 플레이는 팀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법. 노련함은 더욱 깊어졌지만, 전성기 시절의 폭발적인 기동력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에릭센은 자연스럽게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후보 선수로 전락하는 시기를 겪었다. 물론 3선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한때 반전 활약을 펼치기도 했으나, 후벵 아모림 감독 부임 이후에는 완전히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더 이상 '기동력'을 앞세운 미드필더가 아니었던 에릭센에게 맨유의 전술적 요구는 버거웠을 것이다.

 

결국 2024-25시즌을 끝으로 맨유와의 씁쓸한 동행을 마친 에릭센은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의 막을 올렸다. 맨유 생활 내내 그는 팀의 부진과 함께 쏟아지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 체제부터 아모림 감독에 이르기까지, 맨유는 '부진'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고, 그 중심에는 항상 선수들을 향한 날 선 비판이 존재했다. 특히 게리 네빌, 로이 킨, 폴 스콜스, 리오 퍼디난드, 웨인 루니와 같은 맨유의 전설적인 대선배들은 영국 현지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친정팀을 가감 없이 비판하며 여론을 주도했다. 이들의 발언은 팬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쳤고, 이는 곧 선수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맨유를 떠난 에릭센은 글로벌 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맨유가 얼마나 큰 구단인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얽히고 싶어 하는지는 언론 보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도 맨유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느냐. 그것이 바로 맨유의 힘이다"라며 맨유라는 구단의 엄청난 영향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운을 띄웠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의 발언은 비판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었다. "하지만 구단을 향한 의견이나 감정이 부정적으로 흐르면 상황이 더 힘들어진다. 팬들은 TV에서 보던 '영웅'들을 따르기 때문이다. 현역 선수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발언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었다. 맨유의 전설들이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비판이 팬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것이 현역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지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에릭센은 덧붙여 "맨유에서는 항상 누군가 이런저런 의견을 제기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결국 축구만 하면 된다. 우리는 그 부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는 외부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는 맨유에서 배운 중요한 교훈을 언급했다. "맨유가 잘했던 건,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경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다." 비록 팀의 성적은 부진했지만, 선수들이 외부 압력 속에서도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단 차원에서 어느 정도 보호막을 제공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에릭센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불평을 넘어, 현대 축구에서 미디어와 팬덤, 그리고 전설들의 영향력이 선수들에게 미치는 복합적인 심리적, 경기력적 영향을 심도 있게 고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새로운 도전과 함께, 맨유를 향한 그의 진심 어린 조언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에디터스 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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