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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숨소리까지 들린다! '초밀착 연기'로 관객 홀린 1인극, 당신도 모르게 빠져들 걸?

뉴스앤포스트입력 2025-09-23 18:01
 현재 국내 공연계는 '1인극'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유례없이 많은 수의 1인극들이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단순히 작품 수의 증가를 넘어, 연극과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넘나들며 실력과 인지도를 겸비한 스타 배우들이 오롯이 혼자 무대를 채우는 1인극에 연이어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현상은 대극장 중심의 국내 공연 시장에서 중소규모 극장들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더욱 건강하고 다채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공연계의 1인극 열풍은 이미 여러 무대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충무아트센터에서는 배우 김신록, 차지연, 이자람 등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프리마 파시’가 한국 초연 무대를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또한, 이해랑예술극장에서는 윤나무, 강기둥, 강승호 배우가 출연하는 1인극 ‘온 더 비트’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작품성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공연 중이다. 이들의 열연은 1인극이 단순히 실험적인 장르를 넘어 대중적인 흥행성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열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11월에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에서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에는 유준상, 정문성, 고윤준, 고상호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각각 마이클 콜린스 역을 맡아 1인극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9월 23일에는 배우 정경훈이 주인공 우진으로 나서는 1인 연극 ‘드론’이 대학로 플랫폼74에서 막을 올리며, 대학로 소극장가에도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배우 전혜진 역시 국내 초연작인 1인극 ‘안트로폴리스 라이오스’(ANTHROPOLIS Ⅱ-Laios)로 무대 복귀를 준비 중이다.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라이오스’는 11월 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상연될 예정으로, 연기파 배우들의 1인극 도전은 하반기 내내 이어지며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1인극은 배우가 혼자서 모든 서사를 이끌어가야 하는 만큼, 그 어떤 장르보다도 높은 수준의 연기력과 극한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이는 배우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자 숙련된 기량을 뽐낼 기회이며, 관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수천 석 규모의 대극장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배우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숨소리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전달되는 밀도 높은 연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1인극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이러한 초밀착형 공연은 관객에게 강렬한 몰입감과 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잊지 못할 공연 경험을 제공한다. 배우와 관객이 마치 숨결을 공유하는 듯한 친밀감은 1인극만이 줄 수 있는 독보적인 가치다.

 

이러한 1인극 열풍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현재 국내 공연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불균형 때문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4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연 시장의 티켓 판매액은 1조4537억 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14.5% 증가하는 등 외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성장의 과실이 특정 대극장 작품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히, 특정 분석 기간 동안 집계된 티켓 판매액 약 222억 원을 기준으로 볼 때, 1000석 이상 대극장에서 이루어진 공연은 전체 공연 건수(2만1634건)의 약 19.9%(4301건)에 불과했지만, 티켓 판매액은 전체의 과반이 넘는 약 52.4%(약 116억 원)를 기록했다.

 

반면, 전체 공연의 약 80.1%(1만7333건)가 열린 1,000석 미만 중소극장의 티켓 판매액 비중은 약 47.6%(약 106억 원)에 그쳤다. 이 통계는 전체 공연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극장 공연이 시장 매출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수많은 중소극장이 공연 시장의 저변을 튼튼하게 받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익성 측면에서는 대극장 중심의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공연 생태계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신진 창작자와 배우들의 설 자리를 좁히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1인극의 흥행은 중소극장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 1인극은 무대 장치나 출연진 규모의 제약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중소규모 공연장에서 공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타 캐스팅’이라는 강력한 흥행 카드를 통해 대극장 못지않은 관객 동원력을 발휘하며, 중소극장 공연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작품이 성공하는 것을 넘어, 관객들의 발길을 대극장 이외의 장소로 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소 대학로 연극이나 중소극장 공연에 큰 관심이 없던 관객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를 보기 위해 기꺼이 티켓을 구매하고 중소극장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관객층을 중소극장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를 낳으며, 장기적으로 공연 관람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1인극은 대극장 중심으로 고착화된 시장 질서에 균열을 내고, 실력 있는 창작진과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중소극장의 성장을 이끌 잠재력을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아서, 국내 공연계가 더욱 다채롭고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1인극 열풍은 단순히 몇몇 작품의 흥행을 넘어, 국내 공연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낼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우들의 열정과 관객들의 호응이 어우러져, 1인극이 한국 공연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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