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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게이츠와 20년 '자선 동맹' 결별하나?

뉴스앤포스트입력 2026-07-01 00:09
 세계적인 투자 거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20년간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았던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대한 연례 기부를 전격 보류했다. 통상적으로 매년 6월 말이나 7월 초에 이루어지던 수조 원 규모의 주식 기부가 올해는 실행되지 않으면서, 자산가들 사이의 자선 네트워크에 균열이 생겼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버핏은 이번 결정을 내리며 재단 측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연루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일정 연기를 넘어선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는 2006년부터 자신의 재산 상당 부분을 게이츠재단에 기부해 왔으며, 그 누적액만 해도 480억 달러를 상회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하지만 최근 게이츠재단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대형 로펌을 선임해 내부 조사를 진행하자, 버핏은 기부금 집행의 전제 조건으로 '도덕적 투명성'을 내걸었다. 이는 자선 사업에서도 투자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두 거물 사이의 개인적인 신뢰 관계도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되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버핏은 올해 초 엡스타인 관련 법무부 자료가 공개된 이후 빌 게이츠와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공언했다. 게이츠 역시 최근 의회 조사에서 버핏과의 마지막 소통이 지난 1월이었다고 진술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단절되었음을 시사했다. 한때 주주총회에서 나란히 앉아 우정을 과시하던 모습은 이제 옛일이 되었으며, 게이츠는 올해 버크셔 주총에서 지정석조차 배정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버핏은 게이츠재단에 대한 기부는 멈췄지만, 자신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대한 지원은 변함없이 지속할 방침이다. 세 자녀의 재단과 사별한 아내의 이름을 딴 수전 톰프슨 버핏 재단 등에는 예정대로 기부금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버핏이 자선 활동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처의 운영 방식과 윤리적 가치에 따라 자금을 선별적으로 배분하겠다는 명확한 기준을 세웠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이츠재단은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재단 설립 이후 약 1100억 달러를 사회에 환원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 단체로 군림해 왔으나, 버핏이라는 거대한 자금줄이자 정신적 지주가 이탈할 위기에 처하면서 향후 사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빌 게이츠는 재단이 2045년까지 모든 자금을 소진하고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버핏의 추가 기부가 끊길 경우 재단의 존속 기간과 기부 규모는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 시장과 자선업계는 버핏이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올해 연말 추수감사절 서한에 주목하고 있다. 엡스타인 관련 조사 결과가 버핏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20년 자선 동맹은 공식적으로 종말을 고하게 될 전망이다. 투자의 귀재가 던진 이번 '기부 보류' 카드는 전 세계 고액 기부자들에게 자선 단체의 윤리적 책임이 기부 액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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