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억 달러만 줬다? 베네수엘라 석유 수익 가로챈 미국

뉴스앤포스트입력 2026-07-23 22:51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석유 판매 수익금 130억 달러 이상을 확보하고도 정작 베네수엘라 정부에는 극히 일부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파장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원유 선적 데이터와 유종별 가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초부터 미국이 관리해온 베네수엘라 석유 대금이 최소 1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가 실제로 수령한 금액은 공개된 자료상 3억 달러에 불과해, 나머지 막대한 자금의 행방을 두고 국제사회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델시 로드리게스를 임시 대통령으로 세우는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석유 자산의 관리권을 손에 쥐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이 자금의 '임시 관리자'일 뿐이며, 모든 수익은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돌변했다. 지난 6월 연설에서는 짧은 군사작전으로 막대한 석유를 확보해 작전 비용의 28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고 자랑하며, 자금 관리의 목적이 '인도적 지원'이 아닌 '미국의 이익'에 있었음을 시사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은 미국의 자금 통제 이후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석유 수출 제재가 완화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최근 5년 내 최저치인 2.5%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석유 판매 수익이 적기에 유입되지 않으면서 국가 경제의 혈맥이 막힌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도 석유 대금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미국 정부는 구체적인 집행 내역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베네수엘라는 지난달 발생한 규모 7.5의 강력한 쌍둥이 지진으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해 있다. 5,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기반 시설 파괴로 인한 피해액만 37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로드리게스 정부는 복구 자금 마련을 위해 미국이 동결 중인 석유 대금과 영국에 보관된 금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절규하고 있으나, 자금줄을 쥔 미국의 허가 없이는 단 1달러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처지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인 자금 관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들은 수십억 달러가 이미 송금되었으며 외부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의회에는 관련 보고서가 단 한 차례도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의원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아무런 안전장치나 투명성 없이 행정부의 통제하에 놓여 있다며, 자금의 흐름을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하는 청문회를 여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사상 최악의 경제난과 지진 피해라는 이중고 속에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자국의 자원 판매 대금조차 미국의 정치적 목적에 휘말려 제때 사용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리자'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실제 자금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베네수엘라의 인도적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대남미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불신 또한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에디터스 초이스